[칼럼] 하드코어 서울 | 뉴스로

[칼럼] 하드코어 서울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서 바로 본 거리. 사진=펄스

“사실 살고 싶어서 사는 건 아니고 일자리가 여기밖에 없어요“

통영에서 온 이수현씨가 편에서 밝힌 서울살이를 시작한 이유다. 다큐인사이트는 특정한 공간과 제한된 시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해 기록한 다큐물이다.

지난 9월 방송된 ‘하드코어 서울’ 편은 2023년 8월 여름, 72시간 동안 수서역과 대치동을 중심으로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에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혹은 지방에서 출퇴근하는 사람, 대학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 그리고 학원을 찾아서 서울을 찾아 온 학생 등이 등장한다.

하루 200건 이상을 배달한다는 경남 출신의 장년 라이더, 네비 없이도 강남에선 주소만 봐도 최단거리를 찾아간다는 그는 고시원에서 지낸다.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취업했다는 열아홉 청년은 서울 밥값이 너무 비싸서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가계부를 쓴다.

이들은 왜 서울을 고집할까. 크게 ‘일자리, 교육, 의료’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일자리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도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기도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다.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78개의 본사가 서울 강남에 밀집해 있다. 서울에 더 많은 기회와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서울 대치동에서 기숙학사(고시원 형태)학원을 찾는 고등학생의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치동에는 학원, 교습소 등 사교육 관련 시설이 1,609곳에 달한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방학 때마다 대치동 학원을 찾는 학생도 있었지만 기숙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다.

지방에는 전문학원이 부족해 대치동에 올 수밖에 없다는 학생의 인터뷰를 보면 과거 강남8학군의 인프라가 아직 건재함을 알 수 있다.

수서역에 내리면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병원들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지역 5개 주요 상급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비수도권 진료 인원은 78만769명이다.

실제로 다큐에서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 근처에 비싼 월세를 내고 단칸방을 얻는 이, 전날 지방에서 올라와 병원 의자에서 쪽잠을 자는 이, 근처에 차를 대고 숙식을 하는 가족들이 소개됐다.

이처럼 서울의 일자리, 교육, 의료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최근 출간된 도서 ‘시대예보’에서 저자 송길영은 서울의 도시경쟁력 수준은 지방과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세계적인 도시와 비교하는 게 맞다라고 말한다.

이미 MZ세대 사이에서는 ‘뉴요커’나 ‘파리지앵’처럼 ‘서울러’의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우버이츠, 타다, 새벽배송, 공유 자전거 같은 새로운 산업의 시작을 수시로 경험하며 소비의 정점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인프라들이 한데 모인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높은 월세와 한 끼에 1만2000원이 넘는 식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잡·쓰리잡은 기본이다.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거주지가 있는 건 하나의 경쟁력이 됐다.

오늘도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은 인재와 자원 모든 것을 독식하며 지방을 무너뜨리며 거대해져 가고 있다. 서울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

다큐에 출연한 사람들은 “서울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잡을 수 없는 무지개”, “애증”, “기회의 땅”, “나를 성장시킨 곳”, “미래”라고 답했다.

서울이 제공하는 기회·성장·미래를 대체 할 무언가가 지방에 생기지 않는 한 이들의 귀향은 없을 것이다.


설명환 펄스(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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